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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피부·치과 등 “새 시장 개척”
의사들 ‘중국 왕진’ 러시
정형외과 전문의 신영수(38)씨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진료한다. 이른바 ‘중국 왕진파’다. 월~목요일은 인천의 한 개인 병원, 금~토요일은 중국 난창(南昌)의 한 병원에서 환자를 맞는다.
그는 지난 2월 중국에서 행의(行醫)면허를 땄다. 중국 내에서 1년간 진료할 수 있는 면허다. 신씨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의료수요로 연결돼 조만간 고수익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성형외과 개업의 A씨도 중국 왕진파다. 쌍꺼풀 시술이 주특기. 중국 병원에서 고객을 모아 수술 일정을 잡는 대로 비행기에 오른다. 수술 대가는 한국(1백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20만원 선. 그래도 금명간 서울 강북을 병원을 정리하고 아예 중국으로 들어갈 계획이다. 그는 “한국의료계는 불황이지만, 중국에는 2백만원을 낼테니 빨리 해달라는 신흥 부유층이 많다.”라고 말했다.
최근 의사들의 중국행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 의료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경기에 민감한 성형외과·피부과·치과·의사들이 대부분. 최근 한류(韓流) 붐에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중국의 의료수준이 진출 배경.
최근 상하이(上海)에서 행의면허를 딴 성형외과 의사 B씨는 당분간 중국에 눌러앉을 생각이다. 그는 “한국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형 성형수술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 속에 지난 15일 베이징(北京)과 상하이에의 행의면허 시험에 각각 8명과 20여명의 한국 의사가 지원했다. 의료컨설팅 업체인 메디프랜드는 다음달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성형외과·피부과 의사 9명과 한께 베이징으로 현지답사를 떠난다. 의사 전용사이트인 메디게이트의 ‘중국의료연구회’카페에는 7백여 의사가 가입,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의료컨설팅 업체 ‘메디콜 119’의 서상천 대표는 “최근 들어 하루 7~8건의 문의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중·대형 병원들이 직접 중국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서울 마리아병원 등 3개 병원은 중국 선양에 투자·기술제휴 형식으로 현지병원을 세웠다. 12월 초에는
새빛성모안과 등 5~6개 병원이 공동투자한 애강(愛康)이 베이징에 오픈 할 예정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8월말 현재 국내 병원의 해외 직접투자액 2백 30만 달러 중 76%(1백 75만 달러)가 중국으로 몰렸다.
의료계의 중국 바람은 지난해 초 정부가 자본금 2천만위안(약 32억원) 이상 의료기관에 대해 합작조건으로 외국계 병원의 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불기 시작했다. 원칙적으로 중국 의사면허를 취득해야 하지만 현지 병원에 취업해 1년짜리 행의면허를 발급받아 연장하는 방법을 쓴다.
이런 가운데 신중론도 만만찮다. 중국에서 진료했던 의사 배모씨는 “한국 의사들의 희망사항은 중국인 명의를 빌려 단독 개원하는 것이지만, 이는 편법인데다 20만달러나 들고 사기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환자가 클레임을 제기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복잡해진다고 경고했다.